TABULA RASA - 깨끗한 석판

[2023 Unfold X 기획자캠프 선정 프로젝트]

문래예술공장 M30 갤러리 1F
2023. 10. 6.(FRI) -10. 29.(SAT) 12:00 - 18:00 월 휴관 


⏍ 참여작가ㅣ김현석·송봉규 + BKID·윤현학·이해련·전민제
⏍ 리서치ㅣ김제희·이정은
⏍ 기획ㅣ이정은
⏍ 그래픽디자인ㅣ윤현학(메이저마이너리티)
⏍ 공간디자인ㅣ컨트리뷰터스
⏍ 공간 3D 스캐닝ㅣ크로노토프
⏍ 사진ㅣ언리얼스튜디오·홍철기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 → @tabula_rasa_things




전시 서문 preface


이정은

『깨끗한 석판』은 인간과 공존하는 사물의 원형을 백지상태로 상정하고 생성 과정을 역방향으로 상상하며 새로운 사물성을 탐구한다. 전시의 제목은 경험주의 철학에서 강조하는 Tabula Rasa―깨끗한 석판, 즉 ‘인간의 모든 지식은 경험을 통해 생성’됨을 뜻하지만, 전시가 의미하는 바는 그와는 반대로 현재까지 사물에 축적된 인간의 경험을 깨끗이 지워보는 것이다. 사물에 대한 사유와 물성에 대한 시각적이고 감각적인 관성에서 벗어나 사물의 생성을 마음껏 재주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내려오는 지식과 편견, 오해를 벗어나 사물 자체를 파헤치고, 해킹하고, 도킹하고 탈출해 결국 해체해 보려는 의도이다.

전시는 현재의 물질문화를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기술의 발달은 사물의 생산과 소비를 토해내듯 가속화, 대량화로 촉진하지만, 구조 자체로 다수majority와 우성dominant의 성질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전시가 탐구하는 사물은 물질로 구성된 고정된 형태의 것만은 아니다. 사물의 생성과 소멸, 사물과 인간의 관계 맺음, 사물에 적용된 기술과 시스템, 알고리즘과 상징 같은 시공간에 거대하게 분산hyper- 되어 인간의 삶 어디에나 들러붙어 있는 ‘무엇’이다.

5명(팀)의 참여 작가[김현석, 송봉규+BKID(박성제, 정재필), 윤현학, 이해련, 전민제]는 조각과 미디어, 그래픽 디자인과 산업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자신만의 세계관과 학제적 스펙트럼을 넓혀 온 창작자들로, 각자의 관점으로 사물성을 다룬 신작을 소개한다. 전시에 초대되며 작가들은 사물에 대한 기존의 사고를 전복하고 체계를 불순하게 역행할 것을 의뢰받았다. 사물의 데이터, 상징, 사용성, 형태, 기원 등을 활용하며 진행된 작업 과정들은 여러 변주를 통해 모호하면서도 어긋난 이야기를 직조해냈다. 전시장에 초대된 관람객들은 각 작품을 따라가며 사물에 존재하는 여러 은유와 상징에 접근하게 된다.

아카이브 존 벽면에 발췌된 텍스트와 이미지들은 각 작품의 발화점이 되는 파편적 내용으로 참여 작가인 윤현학의 인포그래픽으로 재구성되었다. 작품과 연구 주제 간의 상호 교차·확장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전시를 읽는 단서를 제시하며 추후 필진과 연구팀의 글을 망라해 리서치 북으로 출판된다. 또한, 전시 작품과 공간은 전시 기간 중 3D 스캐닝을 통해 물질을 다시 비물질인 데이터로 번역되어 가상의 박물관 공간에 영구 소장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를 둘러싼 사물들의 세계, 우리의 현재를 구성하고 있는 사물들을 다시 바라보기를 제안한다. 사물을 바라보는 조금은 다른 렌즈가 되어 ‘열린 사물 세계의 결말’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익숙하기 쉽게 간과했던 사물을 다시 낯설게 바라보며 거대하고 횡단하며, 분산되는 사물을 다차원적으로 감각하기를. 지금도 당신 몸에 걸쳐진, 당신의 손에 쥐어진 하나의 사물이 인간과 세계를 어떻게 매개하며 관계를 맺고 있는지 질문하고 자유롭게 상상을 하기를 기대해본다.






문래예술공장 M30 갤러리 1F






3D 전시 공간 투어 






① 전민제


메타 오브젝트 Meta Object 


ⓐ Meta Object: Data Stream
ⓑ Meta Object: 衣
ⓒ Meta Object: 食
ⓓ Meta Object: 住

Mixed media, Dimensions variable, 2032 

<메타 오브젝트>는 도시 생활 속에서 의식주(의복, 음식, 주거)로 경험하는 사물의 데이터를 선재로 재해석한 작업이다. 사물의 생애 주기(생산, 소비, 폐기, 순환)를 중심으로 도시 생활의 복잡한 구조와 상호작용을 메타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여러 데이터(수입 원자재, 사물의 생산과 소비, 쓰레기, 재활용 등)를 바탕으로 메타적 오브젝트가 창안되었다. 도심 속 사물들의 흐름은 두께와 매듭 엮이는 방식, 다양한 색상으로 직조되어 사물의 단순한 물질적 형태나 존재로 한정하지 않고, 도시와 연결된 복잡한 구조로서 개념과 역할을 재구성한다. ‘메타적인 사물’이라는 형태를 통해 사물에 대한 메타적 체험을 제안하며 관객이 일상 속의 사물을 바라보며 도시와 사물 관계 속의 복잡한 알고리즘과 상호 연계성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전민제는 데이터를 매개로 사회의 숨겨진 이야기를 드러내는 미디어 아티스트이다. 데이터를 분석하여 그 안에서 발견한 이야기를 시각, 청각, 촉각 등 다양한 감각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매체로 구현함으로써, 데이터가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이야기의 원천임을 보여준다.




② 송봉규 + BKID (박성제, 정재필)   


진화하는 숟가락 Evolving Spoon   



비디오 설치, ABS / PLA, Dimensions Variable, 2023    

숟가락은 [먹는다] 라는 인간의 원초적 생존을 위한 필수품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인체 장기의 시작점인 구강을 드나들며 음식을 나른다. 이런 숟가락이 만약 다윈의 진화론에 영향을 받는 생명체라면, 먹는 방식, 음식의 재료, 가족 구성원의 변화 같은 숟가락을 둘러싼 환경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퇴화>할 것이다.
우리는 다윈이 설명하는 진화의 4가지 원리, 재조합Recombination, 돌연변이Mutation,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 핸디캡 원리Handicap principle에 따라 숟가락을 진화(변화)시켰다. <진화하는 숟가락>은 마치 하나의 생명체처럼 진화한다면 어떠한 형태로 변형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되어 물건을 자유롭게 출력할 수 있는 3D 프린팅 - 용융 적층 모델링FDM- Fused Deposition Modeling 기법을 활용해 숟가락이 진화하는 가설을 물리적으로 실제화한다. 이것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미래의 생명체에 대한 화석을 만들어 보는 것과 같은 원리로 허구에 근거하지만, 생명체에만 통용되었던 진화론을 인공물인 숟가락에 가상으로 대입해 봄으로써 생겨나는 흥미롭고 생경한 지점을 실험한다.

송봉규는 서울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하고, 삼성전자를 거쳐 2010년 BKID를 설립하였다. 공예에서 하이테크까지 산업디자인을 기반으로 다양한 영역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과 스토리를 산업 디자인과 접목하기를 시도하는 기업, 스타트업, 아티스트들과 함께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BMW, Samsung, Disney 등의 글로벌 기업과 산업 디자인과 브랜드 경험을 기반으로 다양한 협력 작업을 하였다. 2012년 중앙일보에서 선정한 한국을 대표하는 10인의 한국 디자이너에 선정되었고, 2012년, 2016년 월간디자인의 올해의 디자이너, 2013년 포브스코리아 선정 '한국을 이끌어갈 젊은 리더'로 선정되었다. 2015년에는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올해의 젊은 예술가로 선정되었다.





③ 이해련


PK-04, C-03 Pro    


ⓔ PK-04
Mixed media, 24 × 40 × 55cm(Dimensions variable), 2023 

<PK-04>는 활자를 찍어내는 전통적인 인쇄 행위typesetters와 현대의 NFC*태깅 기술을 결합한 프레스식 키보드이다. 한 글자씩 분리된 키보드 모듈을 식자기에 넣어 태그해 하나의 글자를 입력하는 행위를 이끌어 내며 키보드라는 사물에 맞춰 손가락을 두들기는 기존의 체화된 행동 양식을 거스른다. 필요에 의해 발명되고, 쇠퇴와 진보를 반복하는 인간 중심적 사물 생성 역사에서 탈선하는(없어도 되) 필요에서부터 고안되었으며 작업 효율성과 불화하는 장치이다. 이는 편리한 기술 경험에서 탈출하며 인간과 사물 사이의 네트워크를 새로고침한다.


NFC: 10 cm 이내의 거리에서 무선 데이터를 주고받는 통신 기술

ⓕ C-03 Pro   
Mixed media, 24 x 14 x 125cm(Dimensions variable), 2023  

<C-03 Pro>는 첨단 기기에 길들여진 인간의 행동 양식으로부터 탈출을 제안하는 ‘Exodus’ 시리즈의 보급형 모델로, 스마트폰 무선충전기이다. 청소기로 인식되는 기존의 사물 형태에 대한 인지와 사용 방식을 뒤집는 직관적인 사용을 통해 신체와 스마트폰과의 위치 관계를 새롭게 하고 디지털 디톡스의 경험을 제공한다.

이해련은 기술 발전의 진보와 당위성에 대한 의구심을 바탕으로 입체·설치 작업을 한다. 소위 ‘스마트’한 기술이 대변하고 있는 가치에 대한 의문을 유사-제품 형태의 작업을 통해 전개하고 있다. 최근 첨단기기에 길들여진 행동양식으로부터의 탈출을 제안하는 Exodus 시리즈를 선보였다.




④ 김현석

 
데이지-체인-아고라 Daisy-Chain-Agora

   
Mixed Media (iPhone, steel stand, grip head and arm, clamp, wireless charger, cable, adhesive pvc sheet), 5-channel video, 27min(loop), A.I.model(GPT-4,Stable Diffusion), 2023

<데이지-체인-아고라>는 인류 최초의 도구에서 현대의 사물에 이르기까지 가상의 진화를 다룬다. 국화꽃을 엮은 뭉치를 뜻하는 ‘데이지-체인’은 마치 체인을 연결하듯 연이어 연결된 형태를 말하며, 직렬 형태로 연결하여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식을 의미하기도 한다.  마치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를 연상케 하는, 한데 모여 대담을 나누는 미지의 대상들은 고고학, 철학, 환경학, 디자인, 컴퓨터 사이언스를 아우르는 각계의 석학들로서 인공지능으로 가공된 인물들이다. 그들은 올도완 석기로부터 아이폰에 이르는 사물의 특성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인간상의 변화들을 묘사하고 기술하며 논쟁한다. 이같은 창발적 사물의 생태계의 상상을 통해 사물의 사용자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실험을 한다.


*아고라: 아크로폴리스의 기슭에 있는 광장으로, 집회장 · 재판소 등의 공공 시설과 시장이 있었으며, 시민들의 사교나 토론의 장

김현석은 미디어와 테크놀로지의 비선형적 계보에 주목하며, 동시대 시각문화에서 발견되는 사용자 중심의 재현적 특성과 기술 메커니즘의 관계를 비평적 맥락에 위치시키는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포함한 최근의 기술들을 과거의 매체로 환원하여 그것이 함유하는 가능성을 톺아보는 시도를 한다.





⑤ 윤현학 

 
덱스터 앤 시니스터
Dexter and sinister   



그래픽 설치, Mixed media, Dimensions variable, 2023

<덱스터 앤 시니스터 Dexter & Sinister>는 인간이 과거로부터 축적한 ‘왼손잡이’에 대한 부정적 편견에 대하여 왼쪽과 오른쪽, 그리고 왼손과 오른손의 상징성을 다시 바라보는 작업이다.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오른손의 우월성-왼손의 열등성’을 내포해왔던 이미지들의 기록들을 수집하고 재구성하는 방식을 헤럴드리*에서 사용된 덱스터오른쪽과 시니스터왼쪽의 구분을 통해 보여준다.  인간과 사물 사이를 매개해 온 두 손에 대한 수많은 메타포 사이에서 오랫동안 오른쪽에 부여했던 긍정적 의미와 왼쪽의 부정적 의미를 설명하는 여러 이미지의 사이를 우회하며 재구성된 파라메터Parameter를 통해 우리의 양손, 나아가 신체의 양쪽을 바라보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탐구한다.


*헤럴드리(Heraldry): 과거 유럽 사회의 가문, 혹은 기타 집단을 상징하는 방패 모양의 시각적 상징)

윤현학(Ted Hyunhak Yoon)은 영국과 네덜란드를 거쳐 현재는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래픽 디자이너이다.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텍스트와 이미지의 관계, 그리고 시각예술가로서 의도된 이미지 수집과 가공된 시각요소들의 재구성을 통한 작업을 진행해왔다.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메이저마이너리티 Major Minority를 운영하며,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2023년 월간‹디자인›이 주목한 디자이너 15팀’에 선정되었다.



⑥ Tabula Rasa Archive Zone   


벽면에 발췌된 텍스트와 이미지들은 각 작품의 발화점이 되는 파편적 내용으로 작품과 연구 주제 간의 상호 교차·확장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전시를 읽는 단서를 제시한다. 여러 단서를 통해 사물들의 세계, 우리의 현재를 구성하고 있는 사물들을 낯설게 바라보기를 제안한다.




Artist Talk Series


참여 작가들의 리서치와 작업 과정을 이야기 나누는 전시 연계 프로그램





아카이브 도서 목록

Evolving Spoon  
Decoding Dictatorial Statues
The Archaeology of craft and industry
FOOD: Bigger than the plate
Hyperobjects:
Philosophy and Ecology after the End of the World


The Oxford Handbook of Material Culture Studies
The Social Life of Things
감각과 사물
물질의 삶
물질혐오
사물과 비사물
사물들의 우주
사물의 체계
음악의 사물들
에일리언 현상학
인류
존재의 지도
죽음과 오른손   
형태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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